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8일(현지시간) 이구동성으로 전날 미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사기극"이라고 질타하고 나섰다.
오바마 정권 출범 당시만 해도 적극적 지원자였던 이들이 점점 신랄한 비판자로 변신하는 양상이다. 이유는 오바마가 월가에 포위당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오바마, 금융위기 대충 지나가려 해"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7일 사기극에 가까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마침내 발표됐지만, 그 결과가 전달하려는 의미는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일부 대형은행들은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지만, 어쨌든 괜찮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결과를 보고 안심해도 좋다고 할 사람은 은행 관계자들일 것"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이번 스트레스 결과가 보여주는 중요한 사실은 오바마 대통령과 경제팀이 은행들이 스스로 회생하길 기대하면서 금융위기를 그럭저럭 넘기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라며 오바마 정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향후 전망과 관련, "잘못된 방향으로 사태가 진전될 수 있다. 미연준, 패니메이, 프레디맥의 대출이 건전한 금융시스템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이들이 대체물이 될 수 없다면, '대충 넘어가기 전략'은 일본 경제처럼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90년대 일본이 경험했던 장기복합불황을 경고했다.
그는 이어 "어떤 방식을 택하든 향후 몇 년 동안 경제는 취약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고, 경제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더라도 진정한 경기회복을 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가 장기간 저조한 상태에 처한다면 은행들은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상정했던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심각한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미국 정부가 은행들을 국유화하거나 파산하는 것을 명백히 꺼리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경제 여건이 좋아지면 은행들이 이익을 취하고, 현재의 전략이 실패하면 납세자들이 또다시 공적자금을 추가 부담해야될 상황이 되고 있다"며 "오바마 정부는 금융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월가 내부자들은 오바마 정부의 유화적인 금융정책을 조만간 예전과 똑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며, 오바마가 월가에 포위돼 있음을 꼬집었다.
루비니 "은행들 결국 좀비은행 될 것"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스트레스 테스트의 10가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루비니 교수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과연 믿을만한가”라는 물음을 던진 뒤, “너무 많은 이유에서 그 결과는 19개 대형은행들의 자본확충 필요성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손실 과소평가 및 은행-금융위기에 대한 어정쩡한 접근은 미국 금융시스템의 부분적 국유화를 가속화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키고 대마불사 문제를 풀지 못하면서 이번 금융위기에 대한 재정부담을 늘리고, 결국은 지금도 거의 지급불능 상태인 은행들을 ‘좀비은행들’로 만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스트레스 테스트의 10가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기 시작했는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미 정부가 향후 경기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한 뒤 이에 기초해 은행 부실들을 축소평가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구체적으로 미국 실업률이 연말에 10.5%까지 높아지고 내년엔 11%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며, 그러나 미 정부는 이번에 실업률을 올해가 아닌 내년에 10.3%가 될 것이란 낙관적 전망아래 스트레스 테스트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국제통화기금(IMF)이 2009~2010년 미국의 모든 은행들이 벌어들일 세후 수익을 3천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는 반면, 이번에 미 정부는 19개 대형은행들이 같은 기간 벌어들일 수익을 3천620억달러로 추산했다고 힐난했다. 그는 19개 대형은행이 미국 은행 전체자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IMF 계산대로 하면 이들의 수익은 1천50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더 나아가 월가의 로비로 미 정부가 필요 확충자본을 크게 축소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대표적 예로 씨티그룹을 꼽으며, 보도에 따르면 당초 씨티에 필요한 확충자본은300억달러였으나 씨티와의 협상 결과 50억달러로 축소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루비니의 주장은 한마디로 잠재부실과 필요 확충자본은 최대한 줄이고 예상이익은 눈덩이처럼 부풀리는 방식을 통해 마치 금융위기가 끝난 양,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과연 이들의 지적이 얼마나 적중할지는 지켜볼 일이나, 크루그먼은 1997년 한국 등 아시아 금융위기를, 루비니는 지난해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몇해 전에 정확히 예견했던 세계적 경제석학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50090 [뷰스앤뉴스 - 박태견 기자]